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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기침체에 불법복제품 판쳐…진입장벽 마련·기술적 개선 시급 > > > 경기도 안성의 한 배선설계업체 대표 A씨의 한숨은 날로 깊어져 간다. 몇년 전까지 건설사 원천영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명실상부 업계 선두 기업으로 인정받았던 기업이 갈수록 늘어가는 설계 도용업체에 밀려 도산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설계업계의 경우, 별도의 법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특정 도면에 소유권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이 기업 역시 지난 몇 개월 간 의도적으로 도면을 복제, 저가정책을 펼치는 후발업체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전화를 받은 A사장은 "업계 상도의가 이정도로 무너져서 되겠느냐" 며 분을 참지 못했다. > > 전력기자재 업계의 상도의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 째 침체 돼 있는 경기탓에 시장에 물건이 안돌고, 저가출혈경쟁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 너도나도 살기 팍팍해지니 수십 년간 두텁게 쌓아온 상도의는 쉽게 깨졌다. 가진 것 없어도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남의 밥그릇은 넘보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설계를 베끼고, 디자인을 도용하는 온갖 편법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 > A씨는 이같은 현상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 그는 한 때 1·2군 건설사에서부터 작은 시공업체까지 40여곳의 거래처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 이름이 알려지자 설계를 도용, "A보다 무조건 10% 싸게 해주겠다" 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그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업계의 경우, 선두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면서 "언제부터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손봐야할 지 막막하기만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 > 다른 전력기자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 단기간에 다양한 실내·실외 제품군을 구비해야 하는 LED조명업계에선 '제품 표절'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 소송 등 물리적인 조치까지 취해진 사례는 드물지만 표절의혹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해당 업체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여부를 고민 중이다. > > 최근 LED가로등을 출시한 A기업 > 대표는 "B회사 가로등은 우리 회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것" 이라며 "만약 B회사가 이 제품을 갖고 영업에 나서면 소송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 이라고 경고했다. > 업계에 때 아닌 카피 논쟁이 불거지는 이유는 LED조명업체의 경우 단기간에 실내·실외 제품군을 모두 구비해야만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생 LED조명업체의 경우 단기간에 모든 제품 라인업을 구비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제품군은 중국에 가서 만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면서 "이 때 모델이 되는 게 바로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기존 제품" 이라고 말했다. > > 배선기구 업계의 골칫거리는 불법복제품이다. > 배선기구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이를 그대로 복제한저가 불법제품들이 판매된다" 며 "원가를 낮춰 복제품에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고 하소연했다. > 디자인의 경우 색감이나 도형, 선하나만 달라도 자체적인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방제품 생산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대부분의 복제품 생산업체들이 지역 재래시장을 유통망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 않다. > > 한 배선기구 생산업체 대표는 "복제품은 열심히 기술 개발하는 기업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위해 불법복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 수배전반 시장 역시 기술 복제, 이른바 기술 베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수배전반 시장의 진입 장벽은 타 전력기자재 업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 업계 한 관계자는 "시설투자 등 고정비용이 적다보니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채 시장에 쉽게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며 "때문에 '배전반=조립기기' 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 고 설명했다. 그만큼 기술을 베끼는 사례도 빈번하다. 별도의 설계 인력 없이 타사 제품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조립하는 경우도 다수다. > > 실제로 배전반 외함을 생산하는 '하우징' 설비를 보유한 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외함 업체에 맡기고 있다. > 이와 관련 한 배전반 제조업체 대표는 "독자 기술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기 때문에 기술을 베끼고 제품을 복제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못하는 기업도 있다" 며 "업계가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진입장벽 마련과 기술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 이라고 제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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